
최근 업무 현장에서 AI를 활용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를 두고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보고서가 예전보다 길어졌고 문장은 그럴듯한데, 막상 다 읽고 나면 무엇을 보고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평소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던 표현이 갑자기 많아지고, 한두 줄이면 설명할 내용을 여러 문단으로 풀어놓기도 합니다. 결국 보고를 받는 사람은 다시 묻게 됩니다.
“그래서 결론이 뭔가요?”
AI를 보고서 작성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초안을 만드는 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다만 보고서의 목적은 그럴듯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실과 판단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1. 평소 회사에서 쓰지 않는 말이 많아진다
AI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추상적이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표현이 쉽게 들어갑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운영 효율성 제고와 수익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평소 ‘원가절감’, ‘수익성 개선’, ‘투자회수’, ‘수주 확대’처럼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지면 읽는 사람은 문장의 의미부터 다시 해석해야 합니다.
전문적으로 보이는 표현보다 회사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정확한 용어가 보고에서는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2. 보고서는 길어졌는데 핵심은 잘 보이지 않는다
AI에게 보고서 작성을 요청하면 배경, 현황, 문제점, 시사점, 향후 방향까지 빠르게 정리해 줍니다. 그러나 문장이 많아졌다고 해서 필요한 정보까지 많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실적 부진을 설명하는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시장경쟁 심화에 따라 사업운영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가구조 개선과 운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내용만으로는 실적이 얼마나 부족한지, 무엇이 원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정보가 보고받는 사람에게는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8월 누적 영업이익은 계획 대비 5억 원 부족합니다. 주요 원인은 A제품 판매물량 감소와 물류비 증가입니다.
보고서는 길이보다 핵심 정보가 얼마나 빨리 보이는가가 중요합니다.
3. AI가 제시한 숫자와 사실을 그대로 사용한다
보고서에서는 표현보다 숫자와 사실의 오류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금액, 증감률, 날짜, 시장정보나 출처가 틀리면 이를 바탕으로 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매출이 100억 원이고 올해 매출이 120억 원이라면 증가율은 20%입니다.
(120억 원 – 100억 원) ÷ 100억 원 × 100 = 20%
그런데 AI가 작성한 초안에 “전년 대비 25% 증가”라고 적혀 있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사용한다면, 문장은 자연스럽지만 숫자는 틀린 보고서가 됩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발표한 생성형 AI 위험관리 자료에서 생성형 AI가 잘못되거나 거짓인 내용을 자신 있게 제시하는 현상을 ‘Confabulation’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잘못된 답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는 논리나 인용이 함께 생성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NIST AI 600-1, 2024)
따라서 AI가 숫자와 출처까지 포함해 보고서를 완성했다는 것과 그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4. AI가 추정한 원인을 사실처럼 쓴다
AI에게 실적이 나빠진 이유를 물으면 몇 가지 가능한 원인을 빠르게 제시합니다. 문제는 이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실제 원인처럼 보고서에 넣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시장 내 가격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실제 원인은 제품 구성 변화, 환율, 생산성 저하 또는 일회성 비용일 수도 있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AI가 제시한 내용은 확인된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입니다.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다음과 같이 쓰는 편이 정확합니다.
영업이익률 하락 원인은 현재 분석 중이며 원재료비, 제품 구성 및 생산성 영향을 추가 확인할 예정입니다.
AI가 제시한 가능한 원인과 실제 데이터로 확인한 원인은 구분해야 합니다.
5. 그럴듯한 결론은 있는데,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없다
AI가 작성한 보고서의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자주 등장합니다.
향후 원가경쟁력 강화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은 사람은 다시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요?”
보고에서 필요한 것은 ‘원가를 줄여야 한다’는 일반적인 방향만은 아닙니다. 어떤 비용이 문제인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가 보여야 합니다.
물류비가 계획 대비 월 3천만 원 증가하고 있어 운송조건 변경과 복수 물류업체 견적을 검토하겠습니다. 10월까지 절감방안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문장은 대부분의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론입니다. 두 번째 문장에는 문제, 규모, 조치, 일정이 들어 있습니다.
AI로 만든 보고서, 제출 전에 확인할 것
AI가 작성한 보고서를 처음부터 다시 쓸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제출하기 전에 아래 항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확인사항 | 확인할 내용 |
|---|---|
| 표현 | 우리 회사에서 실제 사용하는 용어인가 |
| 핵심 |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보이는가 |
| 숫자와 사실 | 원자료와 직접 확인했는가 |
| 원인 | 추정과 확인된 사실이 구분되어 있는가 |
| 결론 |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가 |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상사가 이 숫자와 결론의 근거를 물었을 때 내가 직접 설명할 수 있는가?”
AI는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의 초안을 만드는 데 유용합니다. 하지만 보고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왜 그런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입니다.
AI를 활용하더라도 보고서에는 결국 작성자의 사실 확인과 판단이 보여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AI로 만든 이메일과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내용을 실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로 정리해보겠습니다.